차세대 약물전달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엑소좀(Exosome)’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한창이다. 상용화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세계 기업들이 첫 번째 신약을 만들기 위해 속도전을 펼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전통제약사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치료제·화장품 등으로 엑소좀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유래한 지름 50~200 나노미터(nm) 크기 물질로, 세포 간 신호전달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세포치료제 성능을 극대화 시킬 수 있으며, 보관과 유통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갖고있다.
엑소좀 이미지화 / 일리아스 바이오로직스
최초로 엑소좀이 각광 받은 분야는 ‘피부’다. 재생·면역조절에 영향을 주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엑소좀 특성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BMR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지난해 117억7400만달러(14조원)에서 2026년 316억9200만달러(3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21.9%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아직까지 상업화된 엑소좀 의약품이 없어 많은 기업들이 첫 번째 신약 개발을 위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우선 일리아스 바이오로직스는 8일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로부터 심장 수술 후 발생하는 급성신손상에 대한 치료제 ‘ILB-202’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일리아스는 빛에 의해 결합하는 단백질 모듈을 이용, 엑소좀 내부에 고분자량의 약리 단백질을 능동적으로 탑재하는 플랫폼 기술인 ‘익스플로(EXPLOR)’를 기반으로 ILB-202를 개발했다.
ILB-202는 엑소좀 내부에 ‘핵인자 카파비(NF-κB)’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물을 탑재했다. 핵인자 카파비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이 물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질 경우 자가면역질환, 패혈증, 암 등이 발생한다.
일리아스는 익스플로 기술을 활용, 그간 세포 내부로 전달하기 어려웠던 항체·효소 등 고분자량의 단백질을 엑소좀에 탑재해 효과적으로 표적세포에 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메디포스트는 엑소좀플러스와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업무협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을 통해 메디포스트는 엑소좀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줄기세포 배양과 생산을 맡을 전망이다. 엑소좀플러스는 줄기세포에서 엑소좀을 추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엑소좀플러스는 엑소좀을 적용한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우선 개발하고 신부전증, 황반변성 등으로 대상 병증의 영역을 확대시킬 계획이다.
전통제약사도 엑소좀 관련 투자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엑소스템섹과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 치료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배아줄기세포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DW-MSC’에서 엑소좀을 추출하고 정재하는 기술을 갖는 게 목표다.
종근당 자회사 종근당바이오는 엑소좀 신약개발 기업 프로스테믹스와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었다. 종근당바이오는 공정개발, 제형개발을 통한 CDMO를 수행해 임상의약품을 제조하고, 프로스테믹스는 이를 활용해 전세계 1호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엑소좀 임상시험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휴메딕스는 엑소스템텍과 엑소좀 기반 치료제 및 화장품 개발에 나선다. 휴메딕스와 손을 잡은 엑소스템텍은 엑소좀 대량 생산 및 분석, 품질관리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벤처다. 엑소좀 기반 단백질 약물전달시스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줄기세포 엑소좀을 기반으로 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간 섬유화 치료제, 폐 섬유화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휴메딕스는 엑소스템텍과 엑소좀 치료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하고,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엑소좀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화장품 등 에스테틱, 뷰티 영역의 협업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GC녹십자웰빙은 엑소좀을 활용한 간질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태반에서 유래된 엑소좀의 간세포증식 및 항염증 효능에 대한 국제 특허(PCT)를 출원했다.
GC녹십자웰빙 연구팀은 태반 유래 엑소좀을 간독성 유발물질로 처리시킨 ‘HepG2’ 세포에 처치한 결과, 엑소좀이 농도 의존적으로 간세포를 회복 및 증식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다. 앞서 GC녹십자웰빙은 피부세포 증식 효과와 관련 화장료 조성물 특허를 출원한 바 있으며, 해당 기술로 더마 코스메틱 ‘분자’를 선보인 바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엑소좀 투자를 늘려나가자 정부도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7일 엑소좀 산업 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엑소좀산업협의회 회원 21개사와 식약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를 포함한 실무자가 참석해 ▲국내 엑소좀 개발 동향 ▲엑소좀 응용 분야 확대 ▲산업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자리에서 식약처는 엑소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인허가 및 규제개선을 약속했다. 이는 혁신기술이 적기에 시장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장려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엑소좀은 하나의 약물 플랫폼 기술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각 기업이 개발 중인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시켜 더 다채로운 신약 개발을 유도할 혁신 기술이기도 하다"며 "엑소좀 관련 화장품은 꽤 많이 등장했지만 치료제는 영역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1호 신약을 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